예술자연재배 일본연수

한승철(토마토, 고추생산자/한마음공동체 이사)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20년이 되어 간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일이든지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봐야만 공감이 가지 단순히 이야기로 접하거나, 책속의 글로써 만나면 이성적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다가오지 않아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뿐더러 조금 지나면 기억에도 없다. 의심이 많아진 것인지, 현장성이 좋아진 것인지 나 자신 헛갈린다.
예술자연재배를 접하고서도 이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예술자연재배의 길을 만들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서 이 곳 장성 한마음공동체까지 오신 분들께서 교육을 하셨을 때 참가하기도 했고, 이후 한국에서도 예술자연재배모임이 결성돼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배에 나서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일본에 가서 직접 보고나서 판단, 결정하고 싶었다. 뜻하지 않은 소중한 기회가 주어져 10월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 일정에 참여한 29명중 한 명으로 아오모리, 이카타, 동경을 다녀왔다. 참여 구성원은 농민을 중심으로 도청, 군청 공무원, 도 농업기술원, 사회적기업 관계자, 귀농인 등으로 다양했으며, SBS TV의 PD도 동행했다.

첫째날, 인천공항을 출발해 아오모리에 도착했는데 “기적의 사과” 주인공인 기무라씨를 비롯해 유통을 담당하는 가와나씨, 예술자연재배을 한국에 소개하신 정명미 여사등 많은 분들이 공항까지 나오셔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점심 후 기무라씨의 사과농장으로 이동했다. 차창 밖 빨간 사과의 풍광은 이곳이 사과의 주산지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무라씨의 사과농장은 이제 유명한 견학장소가 돼 사과밭 한 쪽의 땅은 딱딱해져 가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유명세가 얼마나 대단한 지 일본 NHK 방송에서도 촬영 팀이 나와 취재를 했으며, 우리 일행 중 몇 분들께서는 짧지만 소감 인터뷰까지 하는 호사도 누렸다.
사과가 흑성병이 발병했는데도 썩지 않고, 흔적이 남아있지만 이는 자연적으로 치유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한다. 사과는 딱딱한 느낌이었고, 향은 강했으며 맛은 새코롬했다. 평범한 일반적 사과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토양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기구를 이용해 땅 속을 파 내려갔는데 땅 밑 150cm까지 토양의 색깔이 일정했다. 무작위로 세 곳을 더 선정해 파 보았는데 한결 같았다. 놀라울 뿐이다. 일반적 토양은 작토 경작층 밑에 딱딱한 층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은 기무라씨의 그동안 노고의 결과물인 것 같다.

둘째날, 미인과 개의 고장이며 쌀로 유명한 아키타의 쌀 재배농가로 이동했다. 농가에서 예술자연재배로 생산한 쌀로 만든 도시락을 먹었다. 입이 호강했다.
벼 재배농가에서는 병과 충도 문제지만 제초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우리나라는 왕우렁이로 제초를 해 문제를 덜었다. 일본은 환경영향 때문에 법으로 금지돼 기계나 기구를 이용해 일일이 제초를 해야 돼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대신 중국과의 거리가 있어 충의 피해가 덜한 것은 나름대로 잇점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멸구의 피해가 크다) 자연조건이 좋을 때는 유기재배의 수확량이 높고, 나쁠 때는 예술자연재배의 수확량이 높다라는 말에서 어떤 느낌이 왔다.

셋째날, 동경까지 이동거리가 있어 비행기를 탔다.
가와나씨의 유통매장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있어서인지, 늦게 먹어서인지 한 그릇 더 비웠다. 식후 곧바로 매장 내 공간에서 예술자연재배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숟가락을 놓자마자 시작한 교육이었기에 졸음이 친구하자고 했으나 가와나씨의 열정적이고 신념에 찬 강의로 잠과 절교할 수 있었다. 예술자연재배는 가치와 철학의 문제임을 느꼈다.

넷째날, 동경근처 다까하시의 농장
30년 동안 예술자연재배를 실천하고 계신 분이며, 그의 농법을 전수받기 위해 젊은이들이 3 년 과정으로 기숙을 하고 있었다. 확신에 찬 눈빛과 행동은 경지에 다다른 이들만의 모습이 아닐까?
당근 밭에 풀 한 포기가 없다. 통상적인 상식은 한 작물만을 일정지역에서 계속 재배하면 연작장애가 발생 수확량이 급감하는데 예술자연재배에서는 연작하는게 풀도 없고, 수확량도 일정시기 이후에는 증가한단다.
예술자연재배시 일정시기(7~8년차)에는 병, 충의 피해가 심각해지는데 이는 비독(작토층 밑의 딱딱한 층인 경반층이나 비료가 쌓인 염류집적층으로 이해함)이 소멸되는 과정이며, 이 단계를 넘어서면 정상적인 수확이 가능하단다.

나흘에 걸친 교육에서 예술자연재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비독을 없애라. 그러기 위해서는 보리나 호밀 등 뿌리가 깊은 작물을 심어라. 종자는 자가채종해 종자에 있는 비독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것들은 지역의 조건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해 나가면 된다로 받아들였다.
예술자연재배가 자연환경을 지켜내고, 인간의 건강에 이로운 농사법임을 체험적으로 느꼈다. 모르면 모르되 알았다면 실천해야되지 않겠는가. 올 겨울부터 보리를 파종하련다.

*현재 한마음공동체에서는 예술자연재배로 재배한 쌀, 사과, 파프리카, 가지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교육: 예술자연재배 일본연수(2회/년),
한마음공동체 예술자연재배 생산자교육(2회/년)
*참고서적: 기적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