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썩는 것인가? 말라죽는 것인가?

 

Kawana Hideo 가와나 히데오 | 일본내추럴하모니 대표

 

  야채가 악취를 풍기고, 썩어가는 모습,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특별히 놀라지도 않고 보통 있는 일처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야산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시드는 일은 있어도 썩는 일은 없습니다. 썩는 과정은 특정한 균에 침식당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야산의 식물은 특정한 벌레가 만연하여 모두 먹혀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관리하는 채소만이 균에 침식당하고 벌레의 피해를 받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제가 자연재배라는 재배방법을 알게 된 것은 18살 때입니다. 지금부터 33년 전 일입니다. 그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내용이었습니다.

  ‘벌레나 병원균이 만연하는 원인은 비료에 있다’

 

  산에 유유히 뻗어 있는 나무들, 그리고 초원을 끝없이 덮고 있는 풀들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그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그 생명의 원천이 무엇에 기인하는가 같은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식물은 인간이 비료를 주지 않으면 자랄 수 없는 것이라고 믿어버렸기 때문에….

 

  저도 식물, 특히 채소를 재배하는데 있어서 비료는 필수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비료가 벌레나 병원균의 원천이라는 발상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며 제 인생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벌레나 병원균이 만연하지 않는다면 농약의 존재이유는 없어집니다. 이 생각이 옳은 것이라면 농약에 찌든 농업에서 클린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이 방법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 인간도 약에 찌든 인생에서 클린 인생으로 바뀔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그 후의 제 인생은 이 자연재배의 원리원칙을 배우고 그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시험해보는 시간이 돼버렸습니다. 실제로 농업의 역사는 벌레나 병원균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고 소모전을 강요 받아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이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업 「자연재배」가 최근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연재배를 알게 된 무렵에는 ‘비료를 주지 않으면 작물이 자랄 수 없다’며 비상식이라고 일소에 부쳤습니다. 그러나 이 자연재배도 선배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성공사례가 세상에서 주목을 받게 되고 요즈음에는 환경중시의 관점에서, 그리고 농업경영의 장래 전망을 포함해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농가에게 도피처적 요소로서 또 이제부터 농업에 뜻을 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성서적인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농산물을 키우고 경영해 나가는 데 있어서 세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수확량의 문제, 그리고 벌레나 균의 문제, 또 잡초 대책입니다. 현대 농업에서는 그 문제를 비료, 농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확실히 그런 것을 사용함으로서 눈앞의 문제는 깨끗이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처요법적인 수단을 선택한 결과, 토양이나 지하수의 오염은 심화되고 이에 동반하여 생산물의 품질저하는 이미 인류의 존망에 관한 문제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단위면적당 농약투입량은 각국의 노력도 있어서 감소경향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산적하고 있는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단위면적당 농약투입량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동아시아의 실태입니다. 일본, 그리고 한국, 나아가 중국은 세계의 투입량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농약살포국이라고 불립니다. 다시 말해서 동아시아의 농업방법을 근본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한 농업에 의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반성에서 최근에 환경보전형인 순환농업이라는 것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영속적인 것인지 아닌지, 아직까지 많은 의문이 생깁니다.

 

  해외에서 수입한 먹이의 결과인 새, 돼지, 소의 분뇨를 비료로 만들어 농지에 환원하는 것이 과연 순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그 토지에서 생산된 것이 그 토지에 되돌아가는 것이 본래의 순환이 아닌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자연재배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선 생각해야 할 것. 인류는 왜 그렇게까지 필요로 하는지? 자연재배에서는 그 이유, 원인이 인간이 뿌린 비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을 뒤엎는,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생각은 대자연의 형성원리를 배움으로 삼아 성립된 것입니다. 왜 산의 나무나 초원의 풀은 벌레나 균의 먹이감이 되지 않는지? 자연재배는 그야말로 거기에 초점을 맞춘 농업이론입니다.

 

  ‘대 자연을 키우고 있는 원천은 무엇인가?’ ‘그 힘을 그리고 그 섭리를 감각적으로 파악해서 농지에 구체화시킨다’ 지금 단계에서는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 이 글은 2009년 「Walk 9/한국순례」 “이어진 모든 생명을 위해 함께 걷는 100일”의 홍보자료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