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의 중요성

 

한마음 공동체 본부 김태중

 

예술자연재배를 실천함에 있어 중요한 것이 흙과 종자라는데 이의를 다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지난호에서의 흙의 비독제거에 이어 이번에는 종자의 비독제거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종자의 비독제거는 흙만들기와 동시에 진행해야 하며 이것역시 흙만들기처럼 매우 중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예술자연재배를 실천한 일본의 다카하시(채소재배 농민) 선생에 따르면 신념을 가지고 자연재배를 지속하여 흙을 만들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종자 때문이라고 한다. 과수의 경우에는 땅과 더불어 나무도 적응하면서 바뀌어 가지만, 매년 파종하는 채소의 경우에는 종자가 바뀌지 않으면 땅이 바뀌어도 자연재배를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종자의 경우 자가채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F1품종으로 다량의 비료(퇴비)와 농약을 뿌리는 조건에서 성장, 수확이 가능하도록 적응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씨앗에 도전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의 예술자연재배농산물 판매장을 보았을 때 자연재배를 실천한 년수는 5~9년이 되었지만 종자는 여전히 F1 품종을 쓰고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흙이 살아났다고 하지만 씨앗은 발전하지 않고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종자에 남은 비독 때문에 싹이 제대로 발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성장과 수확도 제대로 되지 않고 병충해 피해도 입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실예로 다카하시의 30년정도되는 예술자연재배 당근포장에서 F1의 당근을 시험파종 했더니 발아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F1을 가지고 자가채종을 할 경우에는 종자가 제대로 고정되는데 8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3년째까지는 원래의 형태를 갖춘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3년정도 하다가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 포장에서 구획을 정해서 채종지를 선정하여 적은 면적부터 한 품목부터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채종할때는 품질, 맛, 색, 크기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우량종을 선별하여 채종한다. 농가별로 한 품목씩 맡아서 자가채종하여 종자를 고정하면 부담도 덜하고 좋을 듯 하다. 채종 할 때 당근이나 옥수수 같은 경우에는 근거리에 같은 작목을 재배하는 포장이 있으면 서로 수정이 이루어져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다카하시의 경우 당근을 수확한 다음 잎을 따버리고 따로 터널로 된 채종지에 다시 심어서 싹을 내고 꽃을 피워 씨앗을 채종한다)

 

F1품종을 가지고 채종하는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는데, 대안으로 토종종자를 가지고 자가채종 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신토불이(身土不二)나 지산지소, 로컬푸드란 개념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토종종자는 오랫동안 우리의 땅과 기후 등에 적응되었고 우리몸에도 가장 적합한 먹을거리로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수확, 품질, 맛 등에서도 F1에 뒤지지 않을 우량종을 선별하여 파종하기를 권한다. 자가채종의 매력은 같은 종자를 가지고서도 몇 대를 지나고 나면 채종자에 따라 전혀 다른 종자가 될 수 있다는데 있다. 맛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맛있는 것만 채종하다보면 다수확이나 품질에는 상관없는 정말 맛있는 품종이 나올 것이고, 다수확을 요하는 사람은 계속 그렇게 채종을 하다보면 다수확 할 수 있는 종자를 얻게 될 것이다.

 

일본예술자연재배 사무국장인 가와나씨에 따르면 일본의 자연재배 농가들은 20년 이상 자가채종을 해왔고 매년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자가채종시에 씨앗을 선별하기 어려운 경우 간단한 방법은 자연적으로 나와 생긴 것을 고르면 된다고 하는데, 토마토를 예로들면 토마토를 통째로 심으면 싹이 오밀조밀 뭉쳐서 나는데, 조건이 나쁜 가운데서 살아남은 발아력이 우수한 것을 쓰면 된다고 한다. 사람이 종자를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자연스럽게 선발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5년정도가 되면 종자가 고정이 되는데, F1을 가지고 자가채종을 하면 종자고정까지는 8년이 걸리지만 이런 방법을 쓰면 5년이면 고정된 종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이 거의 외국기업에 넘어가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소중한 유전자원인 토종종자를 지켜가는 소중한 일에 우리 한마음생산농민들이-우리 조상들이 그래왔던 것처럼-작은 힘이나마 보탰으면 한다. 몇 년 후 이땅에 갓끈동부, 까치콩, 호랑이강낭콩....등 다양한 우리의 토종종자들이 저마다 자기의 고유한 맛, 색, 향을 뽐내며 존재를 알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본다.

 

*알리는 말 - 혹시 농가에서 보유한 토종종자가 있으면 한마음공동체로 알려주시면 이웃 농가들과 나누겠습니다. 토종종자와 관련하여 자료나 종자를 분양받기 원하시면 다음까페 ‘토종종자모임 씨드림’을 방문하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마음 공동체 본부 김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