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비독제거

김태중(한마음공동체 구매부장)

 

예술자연재배란 자연생태계와 비슷해지도록 농업환경을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만들어주어 자연본래의 힘으로 농사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으로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등 화학합성물질은 전혀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축의 분뇨 등 동물질의 퇴비조차도 사용하지 않으며, 자연 생태계가 흙을 만들어내는 방식처럼 살아있는 활동력을 갖는 흙 본래의 위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여 작물을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무투입의 농사방법입니다.

 

이러한 예술자연재배를 실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흙, 종자, 그리고 농심(農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흙’은 관행재배든 유기재배든 혹은 자연재배를 하든지 간에 농민이라면 누구나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농사의 기본이라고 다들 생각할 겁니다. 맞습니다. 예술자연재배를 실천함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이 바로 이 흙입니다. 그동안 우리의 토양은 40여 년 동안의 농약, 비료, 제초제, 퇴비 등으로 지칠 대로 지쳐서 원래의 흙이 가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많은 퇴비(비료)를 넣어야만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다보니 작물은 연약하게 자랄 수밖에 없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농약을 불러들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토양에는 20cm~40cm 정도의 지하부에 딱딱하게 굳어진 토양층이 형성되는데 이것을 경반층(耕盤層)혹은 비료의 독이 쌓여있다 해서 비독층(肥毒層)이라 합니다.

이 비독층에는 그동안 농사지으면서 뿌려왔던 제초제, 화학비료와 농약의 독성, 그리고 동물성 축분으로 인한 항생제 등이 집약되어 있는데 토양의 온도를 재보면 비독층의 위와 아래에 비해 온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며, 미생물이 살기도 힘들고 작물의 뿌리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작토층이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비독층을 제거하는 것을 예술자연재배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층이 없어야만 작물의 뿌리도 깊이 뻗을 수 있고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들을 온전히 받아서 퇴비없이도 농사지을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비독층을 제거하는 방법은 풀을 이용하는 방법과 인위적으로 벼과식물을 파종하여 빼내는 것, 그리고 작물을 재배할 때 발생하는 병충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벼과식물은 보리나 밀(호밀), 목초용 식물 등을 말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파종해서 수확을 하고 그 부산물들은 토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반드시 밖으로 빼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비독을 만드는 일이 되어 버립니다. 비독이 들어간 기간이 길면 길수록 비독이 없어지는데 걸리는 기간 또한 길게 마련입니다.

화학비료나 농약에 의한 비독뿐만 아니고 유기농가에서 투입하는 유기물(퇴비)에 의해서도 비독은 쌓이게 됩니다. 유기재배를 한 토양의 비독층은 관행재배 토양의 비독층처럼 일정하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분산되어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기재배의 비독층을 제거하기가 더 어렵다고 일본의 자연재배 농가들은 얘기합니다. 이러한 비독층이 제거되면 흙은 홑알 구조에서 떼알구조로 바뀌어서 따뜻하게 되며, 비가 많이 와도 수분이 잘 빠져나가고 가물어도 수분을 함유하는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흙속의 비독층이 제거된다고 해서 예술자연재배의 완성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예술자연재배에 있어서 땅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함께 가야 될 것이 바로 종자의 문제입니다. 종자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계속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