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오창국(한마음공동체 홍보기획조정실장)

 

 예술자연재배는 하늘과 땅과 사람의 소통을 통해 결과물(농작물)을 얻는 농사방법입니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하늘과 땅과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하늘을 안다함은 단순히 일기를 알고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하늘을 안다함은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서 살고 있음을 아는 것이고, 지구가 태양계에 속해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태양계가 변두리 은하에 속해있고,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곳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을 안다함은 우주를 관철하는 원리들을 인정하고 순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지가, 그리고 우리의 몸이 태양과 달과 별들의 기운을 받아들여 살아가고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땅을 안다함은 우리가 살아가는 대지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구가 생성된 이래로 수많은 세월을 거쳐 형성되었음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는 융기와 침하, 폭발과 가라앉음, 퇴적과 마모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놓여진 것입니다. 우리의 삶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인생이야 길어야 백년 남짓이지만 땅의 역사는 수천, 수만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토양에도 역사가 있습니다. 언제부터 농지로 이용되었는지, 비료는 언제부터 투입했는지, 퇴비는 또 언제부터 얼만큼이나 투여했는지, 실제로 땅이 형성된 과정은 어떠했는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알아보면 땅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땅을 안다는 것은 땅이 형성되는 과정이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어 왔음을 아는 것입니다. 물과 바람과 불과 쇠와 나무에 의해 땅은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땅을 안다는 것은 결국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 예술자연재배는 땅이 이러한 외부적인 조건들에 의해 변화되어 왔음을 인지하고, 그것을 땅이 원하는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기운들과 대기상의 기운들이 막힘없이 소통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예술자연재배의 기본입니다.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은 결국 사람이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존재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이 연합하여 열매는 맺는 이치를 깨닫고 매년 적절한 노동과 관리를 통해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인 셈입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땅과 하늘의 기운을 수용해서 농작물을 재배할 땅에 가장 적합한 종자를 고르고, 그 땅에 소통을 막는 비독들을 제거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일들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술자연재배는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 사람의 역할을 충분히 수용하여 합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작업인 셈입니다. 농사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예술자연재배입니다. 하지만 농업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현실에서 빈번히 좌초될 수밖에 없습니다. 철학과 가치를 앞세워 헌신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 하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들의 발걸음과 수고로운 손길이 없으면 예술자연재배는 더디게 진전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생명을 지키고 생명을 나누는 농업은 소비자와 함께, 모든 사람이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예술자연재배는 이러한 원리를 알기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농사를 지어야 함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